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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잡이

  • 편두통이 사라졌다! 최**
  • 2010-10-16 2010-10-16 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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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1시경, 중미산 자연휴양림의 ‘상록수’ 현관에서 노래판이 벌어졌다. ‘는개’가 하염없이 내리는 7월 하순, 통나무집 숙소의 식당 안에 놓인 식탁 하나와 의자 몇 개를 들고 비가 들치지 않는 현관에 5인의 취객들이 모여든 것이다. 종이컵에 맥주잔이 돌아가고 덩달아 노래도 돌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마당에 홀로 나가 김소월 시인의 ‘엄마야 누나야’를 열창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아련하게 들려 왔다. 주위에 빽빽하게 자리한 침엽수림과 활엽수림 그리고 가로등은 여름밤의 운치를 돋우고 있었다. 다행히 평일이어서 주위에 투숙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해마다 방학이 돌아오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 몇 사람은 곧장 연수를 떠난다. 1학기 동안 담임을 하면서, 수업을 하면서, 학생상담 등을 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다. 연수지는 바다가 아닌 산, 중미산 휴양림이었다. 학생들의 인권이 최고로 존중되는 이 시점에서 학교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어떤 분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 계속된다. 우리 교사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실력과 인성을 고루 갖춘 학생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우리 일행은 중미산의 ‘상록수’에 끼리끼리 모여든 것이다.





      두 대의 차에 분승해서 차를 몰았다. 서울의 학교에서 양평의 휴양림까지 1박2일의 일정에 들어간 것이다. 8명의 동료들, 12시를 넘어서자 하나둘 곯아떨어졌다. 거실에서 지난 학기의 숱한 일들을 되짚으며 앞날을 얘기하던 한 교사가 밖으로 나가자고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상록수 현관에서 바라본 밖은 절경이었다. 1백여 미터 앞에 가로등 불빛이 보이고, 그 불빛 주위로 이슬비가 바람결에 흩날렸다. 공기는 서울과 완연히 달랐다. 누가 말했다. 굳이 외화 허비하며 해외여행 할 필요 없다고, 한반도 구석구석까지 잘 살피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곳은 아직도 많다고, 중미산 상록수 현관에서 바라본 가로등이 바로 그 장관이라고. 일행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대화 없이 가로등 쪽만 바라보았다. 뒤이어 자연스레 노래가 흘렀음은 물론.





      거역하기 힘든 인간의 생체리듬. 새벽 3시가 되자 일행은 모두 잠자리에 접어들었다. 보일러를 켠 채 모든 문은 가급적 개방했다. 시원한 공기, 순수한 공기를 자면서도 마시고 싶었던 것이다. 7시 무렵, 나는 눈을 자연스레 떴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1주일에 한두 번꼴로 시달렸던 편두통, 출발할 때 느껴졌던 머리의 지끈지끈함도 휴양림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4시간을 자도 졸리지 않았다. 하품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 예닐곱 시간을 반드시 자야만 그날 일이 제대로 풀렸던 나는 자연의 위대함 앞에 놀라지 않았다. 답은 자연에게 있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중간에 위치하여 무게 있고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이름한 중미산(仲美山), 그 산자락 통나무집에서 피톤치드의 효과를 인정한 나는 동료들이 TV 보고 몸을 씻으며 ‘아점’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홀로 발길을 옮겼다. 숙소 인근에는 한 시간짜리 숲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다. 나리꽃, 자귀나무, 신갈나무 등이 바람결에 나부끼며 산책하는 나를 반기는 듯 했다. 특히,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솔향. 나는 심호흡을 하며 자연의 숨결을 마음껏 느꼈다.





      계곡물에 다다랐다. 거기서 얼굴을 씻으며 내 심신에 덕지덕지 자리한 오물들까지 털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나무에서도 향기가 났고, 물에서도 향기가 났으며, 어느 순간 나에게서도 그 자연의 향기가 묻어 있음을 느꼈다. 나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은 은연중 삶의 지침 하나를 나에게 선사해 준 것이다. 자연은 이제 위대한 스승이었다.



      

    우거진 수풀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청정수가 함께 어우러진 중미산 자연휴양림, 상록수 현관, 엄마야 누나야, 가로등과 이슬비, 그리고 피톤치드!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괴롭게 하던 두통이 사라져서 좋았다.





      앞만 보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사에서 잠시의 휴식은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해 준다. 특히, 숲 속 여행은 인간도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임을 체득하게 해 준다. 서울로 귀가하는 차 안에서 차창을 활짝 연 채 자연바람을 맞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초등학생 딸과 함께 3인의 가족이 다시 이 휴양림에 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남모를 기쁨이었다.*



     

    *사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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